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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8-10 17:06
[책속 동물 이야기]견공犬公에게서 배우는 한 수 - 박웅현의 '여덟 단어' 중에서...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924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제게) “박CD님은 계획이 뭡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개처럼 삽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부연 설명을 부탁해서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죠.

   저도 개를 길러봐서 아주 잘 압니다. 오랫동안 데리고 있다가 묻어준, 이제는 딸아이가 그린 초상화 한 장으로 기억하는 개가 있는데요, 그 개를 키울 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방을 내려놓고, 안경과 모자를 벗고 침대에 눕는 거였습니다.

제가 집에 돌아오면 그 개는 반갑다고 5분 동안은 제 얼굴을 핥고 나서야 짖기를 멈췄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때 보면 핥는 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밥을 주면, 이 세상에서 밥을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먹죠. 잠 잘 때도 보면 ‘아, 아까 주인이 왔을 때 꼬리쳤던 게 좀 아쉬운데 어쩌지?’그런 고민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잡니다. 공놀이 할 때는 그 공이 우주에요. 하나하나를 온전하게 즐기면서 집중하죠.

   밀란 쿤데라도 똑같은 걸 느꼈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카레닌이라는 개를 이야기하면서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행복은 원형의 시간 속에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여러분, 직선의 시간 속에서는 행복을 알 수 없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평생 동안 찾던 그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면 행복을 준비하겠죠. 이렇듯 직선의 시간은 행복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원형의 시간을 살아요. 그래서 늘 행복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카레닌은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은 순수한 행복이었다. 그는 천진난만하게도 아직도 이 세상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진심으로 이에 즐거워했다.”

   개들은 잘 때 죽은 듯 잡니다. 눈을 뜨면 해가 떠 있는 사실에 놀라요. 밥을 먹을 때에는 ‘세상에나! 나에게 밥이 있다니!’하고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면 온 세상을 가진 듯 뛰어다녀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다시 자요. 그리고 다시 눈을 뜨죠. ‘우와, 해가 떠 있어!’ 다시 놀라는 겁니다. 그 원형의 시간 속에서 행복을 보는 겁니다.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개. 개처럼 살자.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의 박웅현 식 표현이자, 제 삶의 목표입니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클럽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순간의 쾌락을 즐기라고 해석하고 싶을 겁니다. 인생 뭐 있어? 오늘도 클럽 내일도 클럽, 오늘도 섹스 내일도 섹스, 그랬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네가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대해서 살라는 이야기죠.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아라. Seize the Moment, Carpe diem. ‘개처럼 살자’입니다.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형조의 <붓다의 치명적 농담>을 보면 어느 선사에게 누가 묻습니다.

“스님도 도를 닦고 있습니까?”

“닦고 있지.”

“어떻게 하시는데요?”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잔다.”

“에이, 그거야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까? 도 닦는 게 그런 거라면, 아무나 도를 닦고 있다고 하겠군요.”

“그렇지 않아. 그들은 밥 먹을 때 밥은 안 먹고 이런저런 잡 생각을 하고 있고, 잠 잘 때 잠은 안 자고 이런 걱정에 시달리고 있지.”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입니다. 밥 먹을 때 걱정하지 말고 밥만 먹고, 잠 잘 때 계획 세우지 말고 잠만 자라는 거죠. 이 삶의 지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에서도 헨리 경이 도리언 그레이에게 포도알을 입안에 넣고 으깨어 그 즙을 다 마신 거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카르페 디엠을 가르친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순간을 포도알로 본 겁니다. 이 순간을, 이 포도알을 먹으면서 어제 일을 걱정하고 있다면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 거에요. 그런데 개처럼 집중을 하면 단물 빨아먹고, 껍질의 신맛을 보고, 씨앗의 맛을 보면서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거죠. 마치 개들처럼요. 순간을 산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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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살자', 광고인이자 작가인 박웅현은 이야기합니다. '개판치듯' 사는 게 아니라,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고 집중해서 살라는 뜻인데요...정말 공감가는 말입니다.

우리 동물병원을 찾는 동물들에게 고마운 점 하나가 있는데요....의사인 저를 반긴다는 점입니다.

 주사를 놓고, 약을 주고, 수술을 하는 일을 하는 저를 보고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할 법도 한데,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이 꼬리치고 반가워 합니다. 정말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생각했는데요, 이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개들은 원형의 삶을 사는 덕분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번 주사를 맞을 때의 고통을 트라우마로 두는 것보다 '사람만난 반가움'이 더 큰 덕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물론 동물들도 충분히 똑똑해서 질병으로 병원으로 두어번 오다 보면 마치 '나를 치료하는 사람이구나'하고 느낀 것처럼 몸을 내맡기는 경우도 많답니다)

'원형의 삶'은 단순무식한 삶과는 다릅니다. '오늘을 마지막 날인 듯 살라'는 자기계발적인 말을 많이 듣는데요, 이 말을 줄인게 '원형의 삶'이 아닐까요?

 오늘 박웅현씨에게서, 아니 개들로부터 한 수 배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개처럼 살아야겠어요.^^